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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관에서 보면 더 좋은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 원스는 영화 제목도 길고 복잡하다. 영화의 포스터 역시 그렇다. 어딘가 조잡하고 알 수 없는 느낌의 포스터는 그 내용을 짐작조차 할 수 없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신선함이 묘한 끌림을 느끼게 한다. 이 영화는 미국으로 이민 간 어느 중국 여성의 인생을 다루고 있다. 평범하게 빨래방을 하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주인공. 주인공에게는 무능력한 남편과 말을 듣지 않는 철부지 딸. 그리고 몸이 아픈 아버지가 있다. 이 가족들을 빨래방 하나로 생활을 이어나가는데 빨래방 경영도 녹녹지 않다. 세금을 계산하기 위해 국세청에 간 가족.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남편이 이상하다. 평소 유약하고 어눌한 모습만 보이던 그는 180도 돌변해 마치 잘 훈련된 비밀 요원 같이 행동한다. 아내는 수상하게 생각했지만 말이 안 되는 상황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남편 같지만 남편 같지 않은 그 남자가 적어준 쪽지에는 여러 요구 사항이 적혀있다. 신발의 왼쪽 오른쪽을 바꾸어 신고 청소함에 있는 상상을 하라는 것. 주인공은 의심스러워하면서도 쪽지에 적혀있는 사항들을 모두 이행한다. 그 순간 차원이 바뀌고 주인공은 정말 청소함에 들어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렇게 다중 우주의 세계가 열린다.
2. 신선한 구성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만든 영화인데 홍콩 배우가 주인공을 맡았다. 다른 배우들도 동양계 배우가 대부분이다. 영화가 특이한 만큼 제목도, 포스터도 새롭다. 이러한 새로움에 대부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각종 평론가들의 극찬과 관객들의 호평, 엄청난 수익과 신기록들. 하지만 이에 비해 한국에서의 흥행은 다소 저조한데, 미국에서 3월에 개봉한 영화를 한국에서는 10월에 개봉하여 이미 다른 곳에서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 많았기도 했고, 왜인지 재미있는 영화라는 입소문이 타지 않아서 개봉관도 적고 관객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마니아가 생겨날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좋아할 만한 영화이다. 북미, 대만, 프랑스에서는 박스오피스 1위를 하는 영광도 거머쥐었다.
영화의 감독은 다니얼스로 불리는 다니엘 콴과 다니엘 샤이넌트이다. 이 둘은 듀오로 활동하는데 이름 때문에 다니얼스로 불리며 친형제는 아니다. 둘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데뷔했으며 뮤직비디오를 만들 때에도 기발한 상상력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뮤직비디오에서처럼 영화 역시 실험적인 장면들과 다양한 시도들을 많이 엿볼 수가 있다.
3.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영화는 영화관의 시간이 맞아 큰 기대 없이 고른 영화였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본 것은 큰 행운이었다'라는 것이었다. 포스터를 보고 마이너틱한 느낌의 영화겠구나 싶기는 했지만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이 정도로 기발하고 색다른 영화일 것 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줄거리나 소재는 여느 다중우주 영화와 비슷했지만 장면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소품이나 의상, 화면 구성 등은 처음 보는 획기적인 연출이었다. 게다가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라 전하는 메시지도 분명했고 감동적인 부분도 많았다. 다중우주와 개인의 선택에 따른 성공과 실패, 그 속에서 피어나는 가족애. 자신의 상처를 보듬고 그 상처를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용기까지 모든 것이 조화로웠고 아름다웠다. 화려한 액션이나 말도 안 되는 기발한 상상이 어떤 이로 하여금 정신없게 느껴지게 하거나 마이너 한 감상을 줄 수 있어 호불호가 갈릴만은 하지만 누군가 힘든 일을 겪고 있거나 과거의 일 때문에 후회 속에 갇혀있는 이가 있다면 이 영화를 한 번쯤은 추천해주고 싶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장면은 돌이 되어있는 다중우주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 낭떠러지로 함께 떨어지는 모습이었는데, 이 장면이 딸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주인공 자기 자신을 구하기 위한 용기처럼 보여 마음이 뭉클했다. 또한 남편과의 헤어짐을 선택하여 배우로 성공한 우주에서 다시 만난 주인공과 남편의 대사도 큰 깨달음을 얻게 했는데, 객관적으로 보면 큰 성공을 거둔 것 같은 남편도 그저 주인공과 빨래방을 하며 평범하게 살았다면 행복했을 것이라는 대사를 한다.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