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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서른에게 바치는 이야기
영화 나의 서른에게는 동갑인 두 명의 여자 주인공이 나온다. 그들은 곧 서른을 앞둔 29살, 이 중 한 명인 임약군은 직업도 좋고 외모도 훌륭하고 남자 친구와도 큰 문제가 없는 여성이다. 남 부러울 게 없을 것만 같은 그녀에게도 큰 고민이 한 가지 있는데, 바로 20대의 끝자락에 서있다는 것이다. 사회적인 통념에 맞추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삶을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와 일에 대한 압박감이 많이 쌓여가던 중 우연한 계기로 다른 집에서 잠시 지내게 된다. 그녀가 사는 집에 물이 샜기 때문인데, 임시로 머물게 된 집은 또 다른 여자 주인공 황천락이 살고 있는 집. 처음에 그 둘은 알고 있던 사이가 아니다. 지인의 소개로 황천락이 사는 곳에 몇 주간 지내게 되면서 주인공은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 특히 사회의 눈치를 보며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자신의 삶을 떠올려본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현재의 성공을 위해 참아왔고,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급한 일을 처리하느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황천락은 그녀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도, 더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지도, 더 예쁘지도 않은 아주 평범한 여성이다. 하지만 그녀는 고민으로 가득 찬 자신과는 다르게 마냥 행복해 보이고 여유로워 보인다. 성격도 밝은데, 자신의 집에서 지낼 주인공을 위해 인사말이 담긴 영상도 남겨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기분이 좋아진 주인공. 집을 구경하다 찾은 황천락의 일기장을 읽어보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2. 영화에 관한 정보들
홍콩에서 제작된 이 영화는 한국에서 큰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서른을 앞둔 많은 여성들에게 새로운 관점으로 보는 세상을 선물해 주었다. 나이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시선은 전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고 특히 여성에게 더 가혹하다. 영화의 감독은 홍콩의 여성인데, 이 영화는 그녀의 단막극을 원작으로 하여 만든 영화로, 이 작품으로 홍콩에서 권위 있는 영화제의 큰 상인 신인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자국인 홍콩뿐 아니라 오사카 영화제에서도 관객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3. 이 세상의 모든 서른을 위한 영화
서른이라는 나이가 주는 무거움이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30대. 그 시간의 순서에 맞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모든 나라가 그렇다. 이유가 무엇일까?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데 일반적인 길을 가지 않으면 각종 비난과 눈총을 받거나 안쓰러운 눈길을 받거나 무시당한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사회의 시선에 따른 선택에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옛날에 비하면 각자의 개성을 살리는 사람도 많고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는 것이 자유로워지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눈치를 본다. 이 영화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느끼게 한다. 집주인인 주인공은 암에 걸리고 더 행복해지게 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난 뒤 더욱 자신의 삶에 충실히 임한다. 이 부분에서 생각할 거리가 참 많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모두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그것이 언제 닥칠지 모를 뿐이다. 유한한 인생에서 남의 눈치를 보는 것은 너무 시간을 낭비하는 행동이지 않을까. 곧 인생이 끝난다고 하면 모두 자신이 사고 싶은 것들을 사고 가고 싶은 곳들을 갈 것이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먹고 싶은 것들을 먹겠지. 나 역시 그렇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일에 푹 빠져 열심히 일한다. 승진도 한다. 사회는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고 멋진 것이고 책임감 있는 것이라고 칭찬한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만족하지 못하고 한 치 앞도 모르겠는 느낌을 받는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인지도 감을 잡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는 무엇을 위한 행동이며 누구를 위한 행동일까?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신선했다. 주인공이 일기를 읽으며 깨달음을 얻는 장면에서는 그녀 자신이 그동안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살았는데, 그저 일에 의존하는 것이었을 뿐 독립적이지 않은 삶을 살았다는 독백을 하는 부분이 있다. 이 대사는 많은 생각이 들게한다.